한눈에 보기
- ‘영어 비법’은 대부분 단어 암기나 ‘영어로 생각하기’ 같은 한 가지 방법을 만능처럼 말합니다.
- 단어를 다 알아도 문장의 규칙(문법)을 모르면 읽히지 않습니다.
- 억지로 영어로 생각하려 하기보다, 한국어를 기준 삼아 영어와 비교하는 쪽이 효율적입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외국어
영어는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어 때문에 콤플렉스나 우월감을 가지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고민합니다. 영어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강남’, ‘서울대’, ‘부자’처럼 욕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마스터하겠다’는 것은 한 번쯤 가져 본 꿈입니다. ‘마스터’를 거칠게 말하면 ‘정복’이고, 정복이라는 말처럼 영어는 희생을 치르고라도 얻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글은 영어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사회학적 의미를 따지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왜곡된 시선 때문에 쏟아져 나온 ‘비법’들 사이에서 상식적인 학습법을 찾아보려는 글입니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고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서점 매대에는 영어 학습서들이 즐비하고, 저도 영어 교재를 쓰고 있습니다.
속지 마세요!
이런 말들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 영어 엔진을 달아라.
- 영어공부 절대 하지 마라.
- 영어 완전 정복.
- 아직도 단어를 외우는가?
- 영어 독해, 다 읽으면 바보다!
마지막 말은 독해를 연습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대강 훑어 읽기가 쓸모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는 영어를 두 배로 빨리 읽어 봅시다에서 정리했습니다.
출처와 근거를 알 수 없는 비법과 ‘영어 도사’들이 계속 나타나 영어 정복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줍니다. 한 비법이 한계를 드러내면 또 다른 비법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영어라는 엘도라도를 찾아 몰려드는 황금광 시대 같습니다. 하지만 ‘영어의 엘도라도’는 무수한 다른 엘도라도처럼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어 공부에 비법은 없을뿐더러,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쉽게 생각해 봅시다.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어민 중에 영어를 못 배운 사람이 있습니까? 그들이 비법으로 영어를 배웠습니까? 우리는 비법으로 한국말을 배웠습니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우리 주위에는 말도 안 되는 오해와 거짓말이 비법 행세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단어만 알면 된다는 오해와 영어로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오해 1. 단어만 알면 된다?
다음 문장을 읽어 봅시다. 아래 문장은 어떤 영어 문장의 단어 순서를 섞은 것입니다.
are Animals happy they, health and they enough eat. Human majority beings, feels, ought to be, but are not, at to least in a great of cases, one, have.
어려운 단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의미를 알 수 있습니까? 단어만 알아서는 영어를 읽을 수 없다는 극단적인 예입니다.
이 문장이 읽히지 않는 이유는 영어의 문장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어마다 맡은 역할과 쓰이는 자리가 있고, 그 쓰임을 정해 놓은 것이 문법입니다. 문법은 영어식 사고, 조금 어렵게는 ‘영어에 대한 언어 지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목표는 단어를 많이 아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 규칙을 몸에 익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단어만 외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영어를 잘할수록 단어도 더 잘 외워집니다. 역설 같지만 문맥과 문장 구조가 단어를 붙잡아 주기 때문입니다.

오해 2. 영어로 생각해야 한다?
외국어 학습에는 나이가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최근의 대규모 연구(Hartshorne·Tenenbaum·Pinker, 2018, 약 67만 명 데이터)는 문법을 배우는 능력이 17세 무렵까지 유지되다가 이후 서서히 떨어진다고 보고했습니다. 같은 연구는 원어민 수준에 가까워지려면 일찍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도 말합니다.
그렇다고 어른이 영어를 못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찍 시작한 사람처럼 영어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말하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영어로 생각하라’는 조언은 이 어려운 것을 처음부터 하라고 요구합니다. 규칙이 몸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하면 시간과 에너지만 들고 지치기 쉽습니다.
한국어로 생각합시다
영어를 공부할 때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한국어입니다. 한국어에 대한 지식을 기준으로 영어의 규칙을 비교하고 분석하면서 익히는 것입니다. 나쁘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든든한 한국어 실력이 있어서 영어를 더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우리말을 잘하는 사람이 영어도 더 빨리 배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어도 결국 언어입니다.

영어를 이해한다는 것
I love you.
이 문장은 의미가 분명하게 이해됩니다. 다음 문장은 어떤가요?
Animals are happy so long as they have health and enough to eat. Human beings, one feels, ought to be, but in the modern world they are not, at least in a great majority of cases.
— Bertrand Russell, The Conquest of Happiness (1930), 1장 도입부
이 문장을 ‘I love you.’처럼 바로 이해할 수 있다면 영어를 잘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단어 순서를 섞었던 문장이 바로 이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데 필요한 구문
| 번호 | 표현 | 뜻 |
|---|---|---|
| ① | so long as ~ | ~하는 한 |
| ② | human beings / one | 인간(앞의 animals와 대응) / (일반적인) 사람 |
| ③ | ought to | ~해야 한다 (be: 이다/있다/되다) |
| ④ | ought to be ( ) | 뒤에 happy가 생략됨 |
| ⑤ | in the modern world | 현대 세계에서 |
| ⑥ | at least | 적어도, 최소한 |
해석
동물들은 건강하고 충분히 먹을 것이 있는 한 행복하다. 인간도, 사람이 느끼기에는, 행복해야 하지만, 현대 세계에서는 적어도 대다수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오늘 할 일
- ☐ 섞인 문장을 다시 보고, 어느 단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한 줄만 추측해 봅니다.
- ☐ 러셀 문장의 구문 표를 보며 문장을 소리 내어 한 번 읽어 봅니다.
- ☐ 지금 읽고 있는 영어 글에서 모르는 단어가 없는데도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을 하나 찾아 봅니다. 그 문장에서 막히는 곳이 문법입니다.
이어서 읽기
- 이전 글: 영어를 두 배로 빨리 읽어 봅시다
- 다음 글: 영어 독해 공부법
- 관련 글: 영어단어, 이렇게 공부하지 마라! · 영어단어, 이렇게 공부해라!
update on 2026-10-01 by Song SSam


코멘트
7의 “영어공부, 속지 마세요! — 단어만 외우기, ‘영어로 생각하기’의 함정”에 대한 답변
상식이면 충분하다는 말씀이 힘이됩니다…ㅎㅎ
생각해보니 정말 무수한 영어비법 책들이 출판될때마다~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제목의 책들이 집에 몇권 있거든요~~ㅋㅋ
오늘도 참 알차고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다음글인 독해방법도 기대가 됩니다.
행복한 금요일 보내세요!
에스델님, 안녕하세요.
상식이면 충분하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비상식이 판친다는 말이겠죠 (^ ^)
에스델님께서도 금요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렇죠. 심히 공감합니다.
영어정복? 저는 평생공부해도 힘들것 같은데…^^
영어 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어 친구 쯤요. ㅋㄷㅋㄷ
ㅎㅎ 이 글을 보니깐…. 저도 선무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ㅎㅎㅎ
랭마님. 무슨 말씀을…
랭마님이나 저는 아직 선무당 축에도 못 끼어요… (ㅠ.ㅠ)
아ㅋㅋㅋㅋ그렇겠네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