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수준에 대해 질문하는 독자의 글입니다.
제가 어느 수준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제게 맞는 방법으로 공부를 해야 효율적일 것 같은데, 제가 어느 수준인지 모르겠어서 질문드립니다. 현재 영어는 제가 말하듯이 읽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찾아본 후 다시 반복해서 읽는 방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토플 리딩책으로 하기에 모르는 단어가 많습니다만, 간혹 단어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60~70%는 이해하기도 합니다.
질문과는 달리 이분은 자신의 위치를 상당히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토플 리딩책을 60~70% 정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제 조언은 고급 어휘책과 원서 읽기를 병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공부하고 계신가요?
이 글은 「혼자 하는 영어 공부, 막막할 때」의 세 번째 글입니다. 앞 글 ② 「영어 공부, 결국 이 네 가지입니다」에서 영어 공부는 단어·문법·읽기·듣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네 가지에서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수준보다 먼저: 왜 공부하는가
상담에서 숱하게 들었던 하소연입니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때로는 이렇게 상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현재 iBT 토플 92점입니다. 3개월 안에 110점으로 올리고 싶습니다.”

막연하게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과,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사람 중에서 누가 영어를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제가 답할 필요도 없는 문제입니다. 수준을 평가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왜 영어를 공부하고 있습니까?”
분명한 목적지가 있어야 그곳으로 가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제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2. 지금 내 자리 확인하기
다음 네 가지를 스스로 물어보세요. 지금 읽고 있는 글이나 듣고 있는 영어를 떠올리며 답하면 됩니다.
- 단어 — 읽고 있는 글에 모르는 단어가 많아 뜻을 따라가기 어려운가?
- 문법 — 단어 뜻은 다 아는데 긴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가 보이지 않는가?
- 읽기 — 한 문단을 읽고 무슨 내용인지 우리말로 설명하기 어려운가?
- 듣기 — 대본을 보면 아는 영어가 소리로는 들리지 않는가?
「예」라고 답한 곳이 지금 가장 먼저 손볼 곳입니다.

앞의 댓글을 쓴 분이라면 단어 질문에는 「예」, 읽기 질문에는 「아니요」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고급 어휘책으로 단어를 늘리면서 원서 읽기를 함께 하라고 권했습니다.
그럼 어디까지 가야 할까요?
3. 어디까지 가야 할까요?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이 될 간략한 지표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랫동안 영어 수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체득한 경험적 직관입니다.

(1) 단어
수능 1등급을 위해서는 대략 5,000개 정도의 단어를 알아야 합니다. 중·고등 교과서 단어 3,000개 + 고3 모의고사 기출 단어를 합한 수치입니다. 토플 등 상위 시험은 대략 8,000개 정도의 어휘가 필요합니다. 대학교 교양 수준의 어휘들이 더 추가됩니다.
(2) 문법
긴 문장(보통 단어 13개 이상)에서 주어와 동사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3) 읽기
수능 1등급을 위해서라면 한 지문을 1분 안에 읽고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토플 고득점을 위해서는 원서 1페이지를 3분 정도에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4) 듣기
수능은 해석만 되면 듣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토플 고득점을 위해서라면 CNN 등 영어 뉴스를 받아쓸 수 있어야 합니다.
시험이 아니라 원서나 영어 뉴스가 목표라면 토플 기준을 따르면 됩니다. 단어 8,000개 안팎, 원서 한 쪽을 3분 정도에 읽는 수준이면 신문 기사나 원서를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4. 목적에 따라 공부의 비중이 다릅니다
현실적으로는 시험마다 강조하는 영역이 다릅니다. 수능의 경우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므로 “듣기”가 쉽게 출제됩니다. 수능에서는 문법을 단순하게 규칙으로 묻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문법이 필요 없지는 않습니다. 토플은 쓰기 영역에서 문법을 따로 시험합니다.
말하기도 목적에 맞게 공부해야 합니다. 수능 성적이 급한 학생이라면 말하기보다 읽기에 시간을 더 쓰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토플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기출문제에서 나오는 패턴을 익혀야 합니다. 발음 걱정 때문에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⑩ 「발음 때문에 입을 못 떼고 있나요?」를 읽어 보세요.
맺으며
수준은 한 번 평가하고 끝나는 점수가 아닙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일 뿐입니다. 몇 달 뒤 같은 기준으로 다시 평가해 보면 자리가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영어 실력은 늘릴 수는 있지만 끝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단어를 열심히 외우는데도 자꾸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글 ④ 「단어를 외워도 자꾸 까먹는다면」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삽화는 AI로 만든 그림입니다.
- ① 영어 비법 책, 집에 몇 권 있으신가요?
- ② 영어 공부, 결국 이 네 가지입니다
- ③ 「제 수준을 모르겠어요」 (지금 글)
- ④ 단어를 외워도 자꾸 까먹는다면
- ⑤ 단어는 수준마다 외우는 법이 다릅니다
- ⑥ 문법책, 또 처음부터 보고 계신가요?
- ⑦ 단어도 알고 문법도 아는데 해석이 안 된다면
- ⑧ 어떤 영어책을 읽을까요?
- ⑨ 미드를 봐도 안 들리는 이유
- ⑩ 발음 때문에 입을 못 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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